무브먼트스테이 이천
EPISODE 06
평생 못잊는 숙소 경험을 만드는 이야기.
2023년 5월 23일
written by 무브먼트랩
리빙 스타일 큐레이션 스토어 무브먼트랩에서 새로운 가구 경험을 위해 취향이 담긴 숙소를 만들어 갑니다. 오프라인 쇼룸에서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최소 하루를 묵으며 가구를 온전하게 경험해볼 수 있도록 말이죠. 그 첫 번째 시작은 강원도 양양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호텔 체크인님과 함께 그려냅니다.

호텔 체크인님과 무브먼트랩이 함께 만나 진행되는 취향을 찾아가는 숙소 만들기, 무브먼트스테이 제작 과정을 메이킹 노트를 통해 만나보세요.
written by 호텔체크인
아. 정신이 없었다.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아티클 발행이 조금 늦어졌다. 다시 머리를 맑게 하고 인터뷰 녹음파일을 연다. 현재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공사가 모두 끝나고 스테이 투숙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이 분’의 관점이 들어가면 딱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어떤 공간에 들어갔을 때 ‘우와’ 라는 말이 나오며 압도 되는 순간이 있다. 보통의 경우는 ‘가구 스타일링’이 그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오 이거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은 언제일까. 우리가 어떤 카페를 가던 스테이를 가던 ‘귀여워’ 혹은 ‘오 디테일 죽이는데?’라는 이야기를 하며 동행한 사람과 이야기 꽃을 피우는 순간은 바로 ‘소품’에서 나온다.

* 소품 : 규모가 작은 예술작품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누군가는 이 작은 아이가 사소하다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 아이는 생각보다 소소하지 않다. 우리들의 기억을 소중하게 만들어준다. 이정도면 가히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미술관엔 큐레이터가 있듯 공간엔 MD가 있다. 어떤 사람이 이 공간에 올지를 상상하고 그들의 경험을 더욱 좋게 만들어주기 위해 어떤 소품/제품들을 배치 해야 할지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오늘은 MD의 시선으로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을 바라보려 한다.
필자 :
과거의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과거엔 어떤 일을 했는지 그리고 처음부터 MD 일을 좋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서MD :
사실 처음부터 ‘오! 난 MD를 해야겠어!’ 라고 생각해서 시작한건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저는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거 좋다!’라고 느끼면 자꾸 주변 사람에게 권하고 싶더라구요. 그런 와중에 소개해줬던 사람이 이 제품(혹은 물건)을 모른다? 그 때 오는 쾌감이 있어요. 이게 저만의 즐거움이었죠.
제품의 기능적인 측면이 좋아서 ‘좋다' 라고 표현 할 수도 있지만, 파타고니아 처럼 브랜드 철학이 매력적이라서 좋아지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브랜드 제품’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매력을 찾아내는데 재미를 느꼈어요. MD 일을 하다보면 셀 수 없이 많은 브랜드를 만나고 접하게 되는데 소비자들은 쉽게 알 수 없는 비하인드를 알 수 있어서 큰 재미를 느끼며 일 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걸 듣고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게 아니에요. 브랜드에선 A라는 관점에 집중했으니 저는 다른 관점으로 포커스를 맞추면 또 새로운 고객에게 이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계속 디깅했어요. 그렇게 이전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를 직접 마주하며 일을 하다 온라인 상에선 더 많은 고객분들에게 브랜드의 제품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것 같아 무브먼트랩에 합류하였습니다.
필자 :
오.! 그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듣기만 해도 흥미롭습니다. 이렇게만 들으면 거의 천직 아닌가요? (웃음)

서MD :
아 그런가요? (웃음) 실무를 하다보면 천직이 아닌거 같기도 하면서 또 그런거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래도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친구에게 ‘선물’할 때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봐요. 선물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상대방이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을 먼저 해야하잖아요. 그런 와중에 저와 관심사가 다르다면, 다른대로 또 찾아가는 재미도 있어요. 단 한사람을 위해 선물을 준비한다는 마음이다보니 제품을 마주할 때도 꼼꼼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그러다 상대방에 만족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 그 때 오는 뿌듯함이 저의 원동력이 된다 생각해요!
어릴 때 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맛있는 음식을 먹더라도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보고 나부터 괜찮으면 지인에게 꼭 추천하고, 브랜드 제품을 보더라도 매력적이다 생각이 들면 여기저기 권하는 제 모습을 보면 천직인거 같기도 하네요.

필자 :
이쯤되면 서MD님만의 취향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서MD :
음… 솔직한 이야기로 아직도 취향이란 단어가 참 어려운거 같아요. 제 집에 가면 사방팔방 제가 좋아하는 걸로 가득차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내 취향은 이래요!’라고 똑 부저려 말하기가 애매해요. 반전이죠?! (웃음) 예를들면 ‘조명이 사고 싶어!’란 생각이 들면 그 때부터 모든 조명 홈페이지의 1부터 99페이지까지 다 훑어봐요. 마음에 드는 단 하나의 아이를 찾기 위해서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 이후에 막상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도 있죠. 그런 과정들을 겪으면서 ‘아 나는 이런걸 좋아하는구나’를 알아가요. 물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 피곤하기도 하지만요. 하지만 물건을 안버리고 오래쓰는 편이에요. 가장 오래쓴건 저희 언니가 유치원 때 만든 연필꽂이를 아직까지도 가지고 사용하고 있어요. 추억이 묻어있다보니 더욱 소중하더라구요. 정말 마음에 드는 물건은 한달이건 일년이건 다시 봐도 ‘역시 맘에 들어!’ 라며 뿌듯하고 애정과 기쁨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그 중요함을 알고 있어요.
제가 올해 이사를 했어요. 이사를 하면서 어떻게 공간을 꾸며볼까 서치도 오래하다보니 저의 취향을 찾아가는 시간도 덩달이 생기더라구요. 내 집이고 내가 항상 보는 시선이 묻어있고 그렇게 하나 둘씩 물건들이 모이면 저도 몰랐던 저의 취향이란 퍼즐이 맞춰지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전 아직도 여전히 취향을 탐닉하고 있습니다.
필자 :
듣다보니 또 궁금한건 그럼 이번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의 MD를 맡으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해요!

서MD :
단순히 무브먼트랩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제품들을 넣기보단 우선 ‘우리 스테이에 어떤 사람들이 올까?’. ‘원하는건 뭘까?’ 라는 고민부터 시작을 했어요. 아무래도 이럴 땐 직접 현장에 다녀오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거든요. 그래서 이천 현장에 다녀왔는데 세상에 ‘너무 좋다..’라는 말 이상으로 표현 할 길이 없었어요.

제가 동화책을 좋아하는데 동화를 보면 꼭 ‘숲 속 오두막’이 등장하잖아요. 사실 저의 로망이기도 하고, 그런 공간을 가지고 싶단 상상도 자주 했어요. 가만히 창 밖 숲을 바라만 봐도 치유되는 기분이고, 자동차 소음 하나 없는 조용한 곳에서 걸을 때마다 들리는 사부작사부작 거리는 소리 그리고 자연과 가까이하면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공간. 그런데 여기가 저의 동화속 로망이 현실로 튀어나온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이런 느낌들이 MD 구성에 많은 영향을 끼쳤죠.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적인 것들을 많이 생각했어요. 집에서 쉴 땐 핸드폰과 유튜브가 우리 곁을 지켜줄 수 있지만, 만약 나의 로망인 숲 속 아지트에서도 그러고 있을까? 라고 생각했을 땐 저의 생각은 ‘아니!’ 였어요. 오히려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하다못해 퍼즐을 맞추면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죠. 이번 스테이와 연관은 없지만 빵 굽는 것도 생각을 했어요. 혹은 LP를 틀어놓고 하루종일 그냥 숲 뷰를 보기만 해도 좋을거 같고, 모닥불을 피워놓고 캠핑을 해도 좋고. 이 모든 것들이 사실 핸드폰이랑 멀리 하면서 ‘지금’에만 집중 할 수 있는 요소들이라 생각해요.
게다가 퍼즐, 그림, 베이커리, Lp 등 바로바로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닌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만 완성 혹은 끝이 있는 것들이죠. 그래서 여기서 만큼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남눈치 보지 않고 시간을 내 마음대로 조절하면서 정말 마음 편히 하루를 흘려 보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게 MD 구성을 하려고 했어요.

조금 더 쉽게 정리하면 이런 느낌에 가까워요.
만약 레고를 좋아하면 레고 산다고 뭐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 하루종일 마음껏 레고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내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일에 마음껏 쓰는 그런 공간.
필자 :
MD 업무를 보면서

서MD :
MD 일은 결국 제 취향보단 상품의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해서 소개해야 해요. 그래서 일 할 때만큼은 제 취향을 막 드러내려 하지 않아요. ‘모든 상품은 다 좋은거다’ 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 제품과 맞는 주인을 찾아주는게 저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이렇게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처럼 하나하나 제품을 셀렉한 경험은 처음이라 사실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론 여기 오신 분들 중 한 분이라도 만족해 한다면 그보다 기쁜 일은 또 없을거에요. 앞으로가 너무 기대됩니다.
약 1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누며 브랜드와 제품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남들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와 디테일들을 하나하나 찾아가고 연구해나가는 모습이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에 어떻게 녹여졌을지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대문이 곧 열린다. 예약은 현재 가능한 상태이고 6월부터 본격적으로 투숙이 가능하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여러분들은 브랜드와 제품에 진심인 사람들이란 생각마저 든다.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방문해도 좋지만 이렇게 기획자들의 생각을 듣고 현장을 방문하면 느껴지는 감동이 배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럼 다음 마지막 글은 실제로 필자가 투숙을 해보고 느낀 점들을 날 것 그대로 써보겠다.

(다음번엔 늦지 않고 아티클을 발행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