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먼트스테이 이천
EPISODE 03
패션하던 사람이 스테이
기획하면 벌어지는 일.
2023년 3월 13일
written by 무브먼트랩
리빙 스타일 큐레이션 스토어 무브먼트랩에서 새로운 가구 경험을 위해 취향이 담긴 숙소를 만들어 갑니다. 오프라인 쇼룸에서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최소 하루를 묵으며 가구를 온전하게 경험해볼 수 있도록 말이죠. 그 첫 번째 시작은 강원도 양양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호텔 체크인님과 함께 그려냅니다.

호텔 체크인님과 무브먼트랩이 함께 만나 진행되는 취향을 찾아가는 숙소 만들기, 무브먼트스테이 제작 과정을 메이킹 노트를 통해 만나보세요.
written by 호텔체크인
‘공간은 실질적 물리량이 아닌 기억의 총합이다’
-유현준 건축가-

난 이 문장을 좋아한다. 공간. 빌 공. 사이 간. 공간을 단순히 비어있는 곳으로 해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비어 있는 무언가에 관계가 형성이 되기 시작하면 시간과 기억이 쌓인다. 이것들이 축적되어 하나의 역사를 이룬다. 다시 말해 공간은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공간의 완성은 사람이다.’ 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스테이를 만드는 우리 입장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 우리가 만드는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에는 어떤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할 것인가. 한층 더 아래로 타고 들어가면 기억의 시작은 결국 경험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은 과연 어떤 경험을 만들고자 하는가.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이번엔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의 브랜드경험설계를 총괄로 받고 있는 분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건축주 편] 과는 또 다른 매력적인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무브먼트랩 사무실
필자 작품을 볼 때 작가의 히스토리를 알고 보면 이해가 가듯,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또한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총괄자분의 과거(?!)가 궁금한데요! 원래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총괄자 K 사실 처음부터 브랜드 일을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도메스틱 패션 브랜드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었죠. 그 때 당시 온라인커머스 UIUX 파트를 맡았습니다. 그러다가 편집숍에서도 일을 하기도 했었고,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잠깐 발만 담궈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리빙쪽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 결국 사업까지 이어졌죠.

삶의 전반적인 것들을 다루는 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에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업에 한계를 느끼고 결국 문을 닫았어요. 그 때 어떤 한 남자분이 제 사업을 흥미롭게 봐주시고 만나서 미팅을 해보고 싶다는 이메일이 왔었어요. 하지만 전 이미 마음을 접은 상태여서 정중히 거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정말 재미난 일이 있었어요. 무브먼트랩이 초창기에 함께 할 팀원들을 모으고 있을 때였죠. 당시 저는 리빙에 대한 열정이 남아있었고, 제대로 해보고 싶단 생각에 합류하게 되었죠. 놀라운건 그 때 저에게 이메일을 썼던 분이 지금 무브먼트랩의 대표님이셨어요. 세상 참 좁죠(웃음)
무브먼트랩 인터뷰 당일 사무실 모습
필자 와..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과거가 있었네요. 어찌보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계속 해서 경험을 쌓아오셨다고 느껴집니다. 그 때의 다양한 경험들이 평소에 아이디어를 낼 때 엄청 도움이 많이 되었을거 같은데요!

총괄자 K 맞아요. 지금은 리빙쪽에 몸 담고 있지만 오히려 리빙쪽에만 국한되서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물론 세상에 멋진 가구브랜드, 가구 디자이너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그 분들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저의 생각, 시야, 시선이 그 안에 갇히게 될까바 우려스럽더군요.

그래서 저는 주로 패션쪽에서 많은 영감을 받곤 합니다. 특히 스트릿 패션쪽은 빠른 속도로 변화를 시도하고 예측 불가능한 일들을 만들어 냅니다. 가구와 리빙이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속도를 가지고 있죠.

그들 특유의 쿨함이 있죠. 그래서 패션에서 영감을 주로 받아서 리빙쪽에 접목하려고 하고 있어요. 저는 ‘이종교배’라고 표현합니다. 만약 제가 과거에 패션 분야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렇게 접근하지도 못했을거에요.

필자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프로젝트 때도 말씀해주셨던 것들이 반영이 된건지 궁금해요.

총괄자 K 무브먼트스테이는 회사의 큰 프로젝트이고 무브먼트랩의 방향성과 나아갈 방향을 보여주는 일이에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쇼룸에 와서 2-30분 만져보고, 느껴보고 가구를 덜컥 구매하는건 위험해보였어요.

최소한 하루 정도는 같이 생활을 해봐야 나와 잘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알 수 있다 생각했습니다. 즉, 유대가 생기는 것이죠. 그래서 저희 회사의 가구/소품들로 가득찬 스테이를 만들기로 한 것이구요.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기획
그래서 방향이 명확히 있다보니 솔직히 이야기 하면 접목하기 어려웠던 부분도 있었어요. 물론 모든 패션브랜드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브랜드의 이미지가 곧 브랜드 매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주얼에 모든 것을 쏟기도 해요. 하지만 리빙을 다루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입장에선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죠. 더군다나 스테이를 만드는데엔 비용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가 없죠.

그러나 디자인은 ‘사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라고 생각을 해요. 다시 말해, 아무리 쿨하고 멋져도 결국 스테이에서 아무도 숙박을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타겟에 맞게 최고의 사용성을 완성하는 것을 1순위로 두고 움직였습니다. 스테이의 뚜렷한 목적에 집중을 하는 것이죠.

그리고 난 다음 앞서 이야기 했던 ‘이종교배’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재미난 경험을 고객에게 줄 수 있는 킥(kick)이 될 수 있으니까요.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겨울 모습
필자 그렇다면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을 기획할 유독 주의를 기울였던 점이 있다면 어떤게 있을까요?

총괄자 K 브랜드 경험을 설계하기 전에 직접 현장에 다녀왔어요. 아무래도 직접 느껴봐야 제대로 된 기획을 할 수 있다 생각해서요. 그리고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어요. 뭐냐면 스테이에 들어가는 진입로가 너무 인상적이더라구요.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가는 길
차가 한 대 들어갈 정도로 길이 서서히 좁아지는데 양옆으로 나무들이 쫙 펼쳐져 있는 그 장면. 게다가 그 나무들이 벚꽃나무라 하더군요. 봄이 되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생각했습니다.

이게 인상깊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분명 서울에서 1시간 정도 밖에 안되는 거리인데 스테이와 가까워질수록 세상과의 관계가 단절이 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게 갑자기 확! 바뀌는게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변해가더군요.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전경
이 때 아이디어가 딱 떠올랐어요. 바로 ‘관계’. ‘관계의 홍수’라는 말이 있잖아요. 어쩌면 우리가 지치고 피곤한 삶이라고 느끼는 것이 관계 때문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관계라는게 나혼자 끊고 싶다고 해서 끊어지는게 아니죠. 점점 거리가 생기다가 자연스럽게 톡 하고 끊어진다 생각합니다.
무브먼트스테이 객실 공사 중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에서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봅니다. 나와 세상의 관계가 서서히 끊어지는 경험. 그래서 온전한 휴식에 몰입을 할 수 있습니다. 더 기가막힌 것은 객실 안에 들어가 창 밖으로 펼쳐지는 드넓은 마당과 숲 그리고 그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까지. 더할나위 없죠.

그래서 어린아이 뿐만이 아닌 어른들도 잠시나마 모든 관계를 스윽 내려놓고 숨어 들어갈 수 있는 ‘숲 속의 작은 방’이 되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 다음, 어떻게 하면 ‘온전한 휴식’을 경험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필자 정말 쉽지 않을거 같은데요. 어떻게 풀어내었나요?

총괄자 K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가구와 함께 해요. 잘 때, 일할 때, 먹을 때를 살펴보면 바로 이해가 가죠. 그렇다보니 저희가 생각하는 ‘온전한 휴식’ 또한 가구에서 나온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가구를 최대한 많이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렇다고 ‘이거 써봐!’ 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밖에 없게’ 풀어냈습니다.
이를테면 [소파]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보며 음악을 들을 수 있게. [침대]에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을 수 있게. 함께 온 사람과 못다한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 그리고 의자]. 이렇게 말이죠. 더 말씀드리고 싶으나 한 번에 다 공개하면 재미가 없으니 이쯤만 이야기 할게요. 이 외에 더 다양한 가구와 소품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 곳에서 무언가 ‘할 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데크를 만들어 화롯대를 깔아 불멍을 할 수 있게 할까?, 스테이 건물 벽에 빔을 쏴서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작은 라운지 공간이 있는데 그 곳을 작은 서재로 만들고 치즈, 와인, 치약, 칫솔 등을 구매할 수 있게 해볼까?숲 속 산책을 가더라도 중간에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곳을 만들도 볼까 등. 여러분이 이 곳에 와서 어디를 가던 뭔가 할 거리가 하나 정도는 있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할 수 있으니 말이죠.
결국 무브먼트스테이에선 이것 저것 만져보고 사용해보면서 몰랐던 나의 또다른 취향을 알아갈 수도 있습니다. 혹은 취향이 더욱 확고해질 수도 있죠. 저희 무브먼트랩이 ‘취향이 깃든 공간을 만듭니다’ 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과 맥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온전한 휴식에 도움이 되는 가구/소품들을 배치하고 투숙객이 하루동안 움직이는 모든 곳에 소소하게 할 거리를 은근하게 전달하는 것. 이러한 경험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 그러는 과정 속에 세상과 관계가 단절 되는 마음이 편안한 기억들. 이런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이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간은 기억의 총합이니까.
Before
After
우린 그간 완성된 공간만 소비해왔다.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고 나면, 공간을 더욱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

오늘은 브랜드경험을 다루는 사람의 관점에서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은 어떤 공간인지 살펴보았다. 여기까지 글을 읽은 당신이라면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이 왜 이렇게 공간 구성을 하였고,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고 하는지 말이다.

오픈하자마자 바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아래 ‘사전알림 신청’을 해주시면 된다. 당연히 무료이고, 1분이면 신청가능하다. 게다가 신청자분들 중 추첨을 하여 무료 투숙권을 드리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손해 보는 것은 없으니 신청하시길.

혹시 누가 알까. 당신이 무료투숙권의 주인공이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