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먼트스테이 이천
EPISODE 02
포기하려 했던 스테이의 꿈. 그런데 기적같은 일이…
2023년 2월 20일
written by 무브먼트랩
리빙 스타일 큐레이션 스토어 무브먼트랩에서 새로운 가구 경험을 위해 취향이 담긴 숙소를 만들어 갑니다. 오프라인 쇼룸에서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최소 하루를 묵으며 가구를 온전하게 경험해볼 수 있도록 말이죠. 그 첫 번째 시작은 강원도 양양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호텔 체크인님과 함께 그려냅니다.

호텔 체크인님과 무브먼트랩이 함께 만나 진행되는 취향을 찾아가는 숙소 만들기, 무브먼트스테이 제작 과정을 메이킹 노트를 통해 만나보세요.
written by 호텔체크인
각자의 신념들이 모여
하나의 공간을 완성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우린 평생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우린 서로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마치 같은 공간에 가도 다르게 느끼는 것 처럼.

하나의 스테이를 만들기 위해 10명 넘는 사람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즉 ‘하나의 스테이를 만들기 위해 10개 넘는 관점이 담겨있다’ 는 것이다. 건축주부터 인테리어,공간,가구,소품 그리고 브랜드를 책임지는 사람까지. 스테이의 모든 공간에 다 저마다의 이유들이 묻어있을 것이다. 그 이유들을 알고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을 경험하면 몇 배는 즐겁지 않을까. 미술관도 도슨트에게 설명을 들으면서 작품 감상하면 더 재미있듯 말이다.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공사 모습 (최근) | 사진제공 : 건축주
그래서 나는 이번 스테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모든 인원들을 만나기로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만나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누고 기록했다.

그 첫 시작은 바로 스테이를 건축하고 있는 건축주.

지금부터 내가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의 도슨트가 되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읽고 나면 오픈날짜가 더욱 기다려질지도.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도중
어, 저기 멀리 건축주분께서 오셨다.
(참고로 이번 스테이는 건축주분이 re:trace 건축디자인 사무실을 운영 중인 건축가이시다. 벌써 흥미롭다.)

시작하자마자 너무 궁금해서 여쭤본 질문.
”아니 근데 스테이를 하고 싶으신 이유가 있나요?”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 사진제공 : 건축주
직접 짓고, 직접 살고
직접 맞이하고 싶단 생각이 현실로.
건축주 : 아마 저처럼 아이를 키우는 분이라면 비슷한 로망이 있을거 같아요. 도시에서 사는건 아이들 교육부터 생활까지 뭐 하나 빠질거 없이 정말 편리하죠. 그런데 참 왠지 모르게 자연 근처에서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오래 시간을 보내고 싶단 생각도 떠나질 않더군요.

그렇다고 덜컥 시골로 내려 가지니 우리가 또 현실을 무시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경제활동도 하면서 자연 가까운 곳에서 아이들이 성장하면 참 좋겠다’ 라는 막연한 생각정도 가지고 있었죠.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공사현장 (초기모습) | 사진제공 : 건축주
그러던 어느날 ‘스테이’가 눈에 딱 들어왔어요. 하나 꽂히면 끝까지 파야 하는 성격이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스테이란 스테이는 죄다 본거 같아요.

그렇게 쉴 틈없이 보다가 ‘아! 저거다!’ 싶었던 스테이를 발견했어요. 객실은 2개 정도에 스테이를 운영하는 사람은 객실동 뒤에 있는 별동에서 살고 있는 그런 구조. ‘때가 왔구나.’ 싶었죠. 객실동과 우리 가족이 살 집을 같이 건축하면 의미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박사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건축 일을 하면서 느낀거지만, 건축하는 사람이 자기 집을 짓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아요. 주거공간은 사람의 생활과 밀접한 공간이기 때문에 건축의 꽃이라고도 불려요. 그만큼 섬세하게 다뤄야 하고, 고려해야 할 부분도 많죠. 그래서 정작 본인 집을 짓는다는 것은 더 부담으로 다가오곤 하죠. 적어도 교수님 정도 되야 자기 집을 짓는다고들 하는데… 너무 일찍 그 시도를 하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열심히 해야죠. (웃음)

정리하면 여러모로 의미가 있어요. 공기 좋은 곳에 터를 잡아 제가 살 집도 직접 짓고, 스테이까지 건축을 하여 운영까지 하게 되니.

하지만 그땐 몰랐죠. 어떤 시련이 펼쳐질지.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공사초기 모습 | 사진제공 : 건축주
그만할까? 너무 지쳤어.
포기하려던 찰나…
건축주 :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건축은 땅에서부터 시작해요. 우리가 터를 잡고 싶은 토지를 찾아내는게 첫번째 관문이죠. 남편은 직장생활에 저는 저대로 건축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해야 하고 아이까지 있으니 평일은 어렵고, 주말 위주로 임장을 다녀야 했어요. 너무 멀리 나가진 못하고 서울 근교 수도권 위주로.

그렇게 1년 넘게 아이를 데리고 임장 다녔지만 썩 마음에 드는 곳이 없었어요. 시간이 지날 수록 스테이를 짓겠단 열정도 사그라드는 기분이 들더군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회사생활, 사업, 일, 육아 등 전반적으로 엄청 지쳐있었죠. 남편은 회사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을 할 정도였죠. 번아웃이죠. 쉬지 않고 달렸으니 그럴 만도 했어요. 거의 포기 직전까지 왔어요.

그러다 이천에 땅 나온게 있다고 연락을 받고 ‘이번이 마지막이다’ 하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보통 이 정도 스토리면 이제 ‘오!! 여기다!!’ 라는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데… 아쉽게도 그렇지 않았어요. 역시나… 내키지 않았어요. 이젠 정말 끝이다 란 생각이 들더군요.
임장 갔을 당시 찍은 사진 / 사진제공 : 건축주
그런데, 저리가 보러간 땅 옆에 길이 조금 더 나있길래 씁쓸한 마음도 달랠겸 슬쩍 내려가봤어요. 별 생각 없이. 저희가 내려간 곳이 ‘끝땅’이라고 하더군요. 산이 애워싸고 있어서 길도 없어요.

그 끝땅에서 저 멀리 능선을 바라보는데.. 살짝 이런 말 하긴 수줍지만 되게 마음이 차분해지고 저를 품어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 많이 지쳤었나봐요. 그 순간 그 앞에 땅이 비어있는게 눈이 들어왔어요. ‘저기다!’ 싶었어요. 드디어 첫눈에 반한 땅을 발견한거에요. 정작 보러온 땅 말고 한 번에 반한 그 땅을 계약하고 싶다고 했죠. 주변에선 반대했어요. 높은 곳도 아닌데 왜 하필 거기냐며.
임장 갔을 당시 찍은 사진 / 사진제공 : 건축주
하지만 끝땅에서 바라본 숲의 전망은 정말 잊을 수 없어요. 고요함과 적막함. 들리는거라곤 바람에 나무 부대끼는 소리와 새소리, 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전부였죠. 이걸 스테이에 오시는 분들에게 보여주고 싶단 생각이 첫번째. 그리고 어차피 우리가 살 곳인데 우리가 마음에 들어야지가 두번째.

결국 도장을 찍고, 이천에 터를 잡게 되었어요. 사연이 조금 구구절절이죠. 저희 가족에게 이 땅은 포기 직전에 희망을 안겨준 곳이나 다름없어요. 그래서 여기에 오시는 분들도 삶에 지쳐서 떠나오셔서 위안을 받고 가셨으면 좋겠어요. 저희 가족처럼.
건축스케치 | 사진제공 : 건축주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 사진제공 : 건축주
건축의 디자인은
사람이 아닌 땅이 결정한다.
건축주 : 저희 건축물 보셨죠. 많이들 궁금해하셨어요. 이렇게 날개를 펼친듯 직선으로 길게 뻗은 디자인을 한 이유가 있냐고. 건축가마다 디자인을 풀어내는 방식은 천차만별이에요. 저는 딱 2가지를 중점으로 생각합니다.

첫번째. 조화로움. 두번째. 자연스러움. 이렇게 하려면 땅이 가진 이야기를 알아야해요.

많이 보고 느끼는게 가장 확실하죠. 저희 가족은 주말마다 텐트들고 내려와서 캠핑을 했습니다(웃음). 어차피 토지 잔금 치르고 등기하고 각종 허가를 받으려다 보면 시간이 조금 걸리기도 했거든요. 나중엔 지인들까지 같이 내려와서 캠핑 했었던 기억도 나네요.

무튼, 그렇게 매주 와서 캠핑을 하다보니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동 동선은 어떻게 해야할지, 계절의 흐름에 따라 이 땅을 애워싸고 있는 숲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 바람은 어디서 어떻게 부는지 등 땅의 속성을 더 이해하게 된 셈이죠.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토지 위에서 캠핑 | 사진제공 : 건축주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토지 위에서 캠핑 | 사진제공 : 건축주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을 설계하려고 위에서 이 토지를 펼쳐보았을 때 바로 ‘직사각형’이 떠올랐어요. 삼각형도 아니고 정사각형도 아니고 직사각형. 곡선보단 길게 뻗은 직선. 그래서 어찌보면 ‘수수하다’ 라고 느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화려함은 시간이 지나면 지루함이 될 수 있지만, 수수함은 시간이 지나면 아늑함으로 남아요. 이 땅과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 건축을 했습니다.

조금 더 설명을 드리면 객실 안에 커다란 창 밖으로 숲을 바라볼 수 있는 방향으로 한 이유가 있어요. 공사를 하면서 이 곳의 사계절은 어떤지 보게 되었는데 너무 아름답더군요. 이걸 여기 오시는 투숙객분들도 꼭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 숲 전망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객실 전망
건물의 가운데는 중정을 둬서 객실 간의 거리를 두고 프라이빗함을 더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죠. 중정에서 숲을 멍하니 바라볼 수 있게 의자를 둘까 고민도 되네요. 지금은 마당쪽에 작은 갈대를 심어놨어요. 겨울을 잘 날 수 있는지 확인도 할 겸, 이 공간과 잘 어우러질지 궁금했거든요. 이제 이 부분에 조경도 들어가면 공간감이 훨씬 더 살아나지 않을까 싶어요.

공간이 전체적으로 수수하고 마음이 차분해 지는 만큼, 여기까지 오셔서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하염없이 흘려보내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남은 공사기간 동안 최대한 그렇게 만들거고요. 저희가 이 땅을 선택했을 때 들었던 위안과 위로의 감정선이 여러분들께도 고스란히 이어졌으면 합니다.
어른들도 숨어있을
작은 방이 필요하다.
실제로 나 또한 여러분들께 현장 소식을 공유하고자 이천 사이트를 3번 왔다갔다 했었다. 그 때마다 들었던 느낌이 있다. 시간의 속도가 느려진다. 그리고 복잡했던 머리가 맑아진다. 마지막으로 심박수가 내려가는 느낌. 해방. 그래 해방이란 이런 느낌일거다. 온갖 연락과 업무에 대한 고민과 압박에서 확실하게 떨어져 나올 수 있었달까. 어린아이는 다락방으로 숨어 들어가면 되지만, 우리 다 큰 어른들에겐 그런 공간이 없다. 여기라면 그런 작은 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이건 직접 와봐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여러분들이 하루빨리 와보셨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지금까지 무브먼트스테이 이천의 건축주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 다음으로 모실 분은 건축주분 못지 않게 흥미롭다. 여러분들이 이 곳에 왔을 때 느끼는 모든 경험을 책임지는 분이다. 과연 이 분은 이 곳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보자.

p.s 무브먼트스테이 이천 사전알림을 신청하면 무료 투숙권 이벤트에 자동 응모가 된다. 손해보는거 없으니 한 번 참여해 보시길. 로또에 당첨 되려면 로또부터 사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