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먼트스테이 양양
EPISODE 00
우리는 왜 굳이
양양에 스테이를 지을까?
2022년 6월 15일
written by 무브먼트랩
#0
리빙 스타일 큐레이션 스토어 무브먼트랩에서 새로운 가구 경험을 위해 취향이 담긴 숙소를 만들어 갑니다. 오프라인 쇼룸에서 한 번의 경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최소 하루를 묵으며 가구를 온전하게 경험해볼 수 있도록 말이죠. 그 첫 번째 시작은 강원도 양양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호텔 체크인님과 함께 그려냅니다.

호텔 체크인님과 무브먼트랩이 함께 만나 진행되는 취향을 찾아가는 숙소 만들기, 무브먼트스테이 제작 과정을 메이킹 노트를 통해 만나보세요.
written by 호텔체크인
#1
여기 한 리빙 브랜드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가구 편집숍이죠. 오.. 그런데 오프라인 매장이 없습니다. 심지어 전직원은 5명 남짓. 입점 가구/리빙 브랜드도 몇 없군요. 참 없는게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 확실하게 가진 것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것이기도 하죠.

바로 믿음.

우리나라 가구 브랜드도 해외 가구 브랜드 못지 않게 멋지고 견고하다는 믿음. 다만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뿐. 국내 가구 브랜드들이 더 오랫동안 자신의 색을 유지한채 브랜드의 성장을 돕겠다는 강한 신념. 그리고 ’사람들에게 온전히 국내 리빙 브랜드들을 소개하는 장을 만들어야겠다'는 그 굳은 다짐. 신념만 가진채 직접 발로 뛰기 시작합니다.

물론 쉽지 않았습니다. 아직 오프라인 매장도 없는 리빙 브랜드의 이야기를 들어줄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 했던가요, 그런 와중에도 이들의 뜻에 공감하고 자기도 돕겠다며 가구/소품 브랜드가 하나 둘 씩 모이기 시작합니다.이제 이들을 소개할 공간을 찾아야 했습니다.

2019년 푹푹찌던 한 여름. 연고도 없던 이 지역. 사막 위에 떨어진다면 이런 느낌일겁니다. 동료들과 함께 땀을 한바가지 쏟으며 오프라인 매장 자리를 찾던 도중 발견한 한 폐건물. 그리고 튀어나온 말.

‘찾았다…!’
시간도 인력도 턱없이 부족했던 무브먼트랩이었지만 과감하게 뛰어듭니다. 그리고 그 폐건물은 무브먼트랩의 오프라인 공간으로 다시 탄생하죠.

단순 쇼룸을 넘어 매 시즌마다 주제에 맞게 전시를 여는 ‘전시형 리빙 편집샵’, 지금 여러분들이 들어와 보고 계시는 ‘무브먼트랩'은 이렇게 출항 했습니다.
부산을 시작으로 의왕에 커다란 쇼룸이 들어서고, 올 하반기엔 한남 매장까지. 국내 리빙브랜드들의 숨겨진 가치와 스토리를 원없이 보여드릴 수 있는 공간들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무브먼트랩은 생각합니다. ‘없던 시절'에 자신들의 신념을 믿고 도와준 브랜드들 그리고 미숙했던 무브먼트랩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오늘날까지 함께 하는 고객분들이 없었다면 지금 무브먼트랩은 아마 존재하지 않았을겁니다. 가슴 속 깊이 새겨진 감사한 마음. 절대 잊지 않겠단 약속.

그리고 감사한 마음을 직접 표현하고 싶었던 무브먼트랩이 할 수 있는건 여러분들의 불편을 조금이라도 더 덜어내는 것.

적게는 몇 십만원. 많게는 몇 백만원 상당의 가구를 구매하러 쇼룸에 방문하는 사람들. 큰 돈이 들어가는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몇 번 만져보고, 앉아보고, 누워보는 것 뿐. 정작 집에 들여다놨는데 나와 안맞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섭니다.

고객분들께서 단 하루라도 제대로 사용해보면 좋을텐데... 그렇게 무브먼트랩은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한 청년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내죠.
#2
여기 한 청년이 있습니다. 30살이 되면 뭐라도 될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느낀 한 청년. 아무 대책없이 퇴사 선언을 합니다. 두근거림이라곤 없었던 삶. 그나마 삶이 가장 두근거렸던 순간은 호텔에 가는 순간이었죠. 다녀와서 정말 ‘재미삼아' 글로 조금씩 기록을 남기곤 했습니다.

그럴거면 차라리 호텔 유관 회사로 이직을 할까 싶었죠. 그렇게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이직 준비를 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친한 지인을 만납니다. 그 지인은 청년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곤 했죠. 이런저런 근황 이야기를 듣더니 던진 툭 한마디. 그리고 그 한 마디에 인생이 바뀝니다.

’그렇게 호텔 좋아하면 한 번 세워보는건 어때’

갑자기 높아지는 심박수. 떨리는 다리.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들어오는 기분. 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두근거림 없이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평생 한 번 사는 삶인데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를 이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심.
‘호텔을 세우겠다’

당연히 세울 돈은 없고, 호텔 유관 전공자도 아니고, 속된 말로 뭣도 없는 상황. 주변에선 ‘그게 말이 되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 그간 회사생활하며 모은 전재산을 호텔에 쏟아 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SNS에 기록으로 남겼죠.

생각보다 빠르게 ‘텅장'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삼각김밥을 먹을까 1리터 커피로 배를 채울까 고민하던 날들. 이게 맞나 싶어 꿈을 포기할까 생가했던 날들. 하지만 뭐가 어떻게 되든 일단 악착같이 버티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지금.

투숙한 호텔 약 150군데 이상. 그리고 약 3만명의 소중한 팬분들과 함께
오늘도 여전히 그 꿈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저. CHECKIN 입니다.
체크인 @스타일러 매거진
그리고 어느 날 날라온 한 통의 이메일. 무브먼트랩.
그리고 저의 가슴을 두근 거리게 했던 한 문장.
"저희와 함께 작은 숙소부터 하나하나 시작해보시면 어떨지요"
당시 받았던 실제 이메일 내용
그렇게 저 또한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무브먼트랩과 함께 숙소, 정확히 말하면 ‘스테이’를 만들어보기로 말이죠.

근데 갑자기 왠 스테이?’ 싶을 겁니다.

단 하루라도 가구를 온전히 경험 할 수 있게 하고 싶었던 무브먼트랩.
스테이 안에 무브먼트랩의 가구로 채워넣으면 어떨까요. 적어도 남 눈치 보지 않고 정말 마음 편안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가구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나와 잘 맞는지, 불편한 점은 없는지 직접 사용해볼 수 있죠.

호텔을 세우는 것이 꿈인 CHECKIN.
이를 이루기 위해선 ‘단계'가 필요합니다. 매번 다 지어진 호텔과 스테이에 갔었지 정작 어떻게 지어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세상에 태어나는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A to Z를 경험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면 어떨까요.

무브먼트랩과 CHECKIN의 톱니가 맞아 떨어지는 순간입니다.
이름은 ‘무브먼트스테이’
6개월 마다 한 번 씩 새로운 리빙 경험을 경험할 수 있죠.

그렇게 우리의 모험은 시작되었습니다.

빠르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우린 대대적으로 건축주 모집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건축주를 모집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하더군요. 하지만 얼마나 연락이 올진 몰라도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뒤…

9건의 연락. 그리고 그 다음. 답장을 드리기 버거울 정도.
놀랐습니다. 저희의 뜻에 함께 힘을 합치겠다는 건축주분들께서 이리 많을 줄이야.

마음만큼은 이미 다 지었습니다. 사람들이 무브먼트스테이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앞섰죠.

하지만 이 땐 몰랐습니다.
어떤 난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3
수 많은 제안서, 연이은 미팅, 점점 늘어나는 연락.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더 나은 결과를 내는 것이 연락을 주신 건축주분께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작은 보답이라 생각한 우리는 그들을 만나뵈러 떠났습니다. 어디든 갔습니다. 그 곳이 서울이던, 평창이던 제주이던 말이죠.

실제로 제주에선 아침부터 저녁까지 3군데 공간, 3명의 건축주분을 만나뵙고 곧장 서울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이 들지언정 분명 설레는 일입니다.
건축주분 만나러 제주행
제주도 현장 답사 가는 중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건축주의 시선에서 바라본 건물은 자신이 직접 지은 곳이자, 자신이 살던 곳이었습니다. 앞으로 살 곳이 되는 경우도 있었죠. 그러다보니 공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저였어도 그랬을겁니다.

우리가 바라봤을 때 ‘아! 저기라면 너무 좋겠다!’ 하는 곳들은 현실적인 이유로 혹은 각자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아 진행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모두가 뜻이 맞아 ‘자 이제 해봅시다!’라고 했지만, 마지막에 의견이 달라져 진행이 어렵게 된 경우도 있었죠.

누군가 그랬습니다. 도장 찍기 전까진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 누구를 탓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지나간 8개월.
무브먼트스테이를 하겠다고 출사표는 던진지 8개월이 지난 셈입니다. 꿈은 뜨겁지만 현실은 차갑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배우는 순간이었죠. 한참을 헤매던 어느 날. 제 핸드폰에 울린 메신저.

’CHECKIN님 드디어 찍었습니다. 도장.’
#4
건축주. 현직 교수. 순수한 열정을 가진 학생들을 이끌어온지 벌써 수 십년. 이제는 자리에서 내려와 나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또 다른 삶을 살고 싶은 마음. 그래서 저희에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위치는 양양. 알고보니 건축주분의 고향. 머지 않아 정년퇴임 하면 남은 세월은 고향에서 보내겠다는 생각에 10년 전에 사놓은 부지. 게다가 건축주분께서 현재 동기부여 관련 책을 집필 중이라 하셨습니다. 출간날짜는 스테이 오픈 날짜와 동일. 뜻깊더군요.

이 곳은 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직은 땅 밖에 없지만 그 자체로 평온해지는 마음. 가장 중요한 것 하나. 바닷가. 바로 코 앞은 아니지만 고요한 이 동네를 즐기며 도보로 이동 가능한 수준.
무브먼트스테이 양양
말로 형언 할 수 없는 그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곳에 무브먼트스테이가 터를 잡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단 그 느낌.

그렇게 무브먼트랩과 CHECKIN 그리고 건축주분까지 모두의 톱니가 하나로 맞물렸습니다. 자연스럽게 균형을 이루며 돌아갈 수 있죠.

자, 지난 8개월간의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정말 ‘시작' 합니다.
무브먼트스테이 양양 스케치
미술관도 알고 가면 더 지루하지 않고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경험, 한 번쯤 있었을겁니다.
스테이도 마찬가지 입니다. 단순히 예쁘고 멋져서 가는 것도 좋지만, 이 공간에 대해 알고 가면 ‘아! 이게 그거였구나!’ 라며 발견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분명 새로운 공간이지만 단언컨데 이 곳에서의 하루는 훨씬 편안하고 훨씬 깊어질 겁니다. 마치 알던 곳에 간 것 처럼 말이죠.

위와 같은 경험을 여러분들께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 CHECKIN은 앞으로 무브먼트스테이가 어떻게 지어지는지 모든 과정을 여러분들께 전하려 합니다.
무브먼트스테이 양양이 문을 여는 그 순간까지.

중간중간에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저도 스테이가 지어지는 과정을 두 눈으로 직관하면서 여러분들의 질문들을 대신 전하기도 하겠습니다.

여러분들과 우리가 물리적으론 떨어져있지만 저희는 여러분들과 ‘함께' 무브먼트스테이를 지어간다 생각합니다. 건축주 모집 때도 소개시켜 주시고, 무브먼트랩이 무언가 한다고 하면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신 여러분들.

CHECKIN의 팬분들 또한 마찬가지. 앞으로 계속 발행될 이 아티클을 통해서나마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오픈하는 날까지 지치지 않고 달려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