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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텍스타일 아티스트 강수진

작성자 무브먼트랩

작성일 2020-03-03 13:06:02

조회 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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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soojingkang

계단을 올라 탁 트여진 3층의 공간을 마주한다. 몇 가닥인지 세어 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실로 엮여진 6개의 테이블이 눈 앞에 펼쳐졌다. 테이블 사이의 좁은 통로로 들어가 한 가운데에 서보니 마치 영화 'Gravity'에서 고요한 우주에서 홀로 요동치는 주인공 스톤박사가 된 기분이다. 마감하지 않은 나무와 실의 향기가 진동한다. 참으로 고요하고 겸손하다. 천장에 매달려 위와 아래로 뒤집어진 테이블 때문인지, 아니면 단절된 공간 안에서 울려퍼지는 잔잔한 음악 때문인지 창 밖 펼쳐진 하늘과 바다의 구분이 왠지 모르게 이질적이기까지 하다.

바로 무브먼트랩의 이번 시즌을 함께하게 된 텍스타일 아티스트 강수진의 작품 'Between the Lines'다. 영국 런던에서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는 강수진 작가는 섬유와 같은 자연에서 온 소재를 이용하여 디자인과 공예, 조형의 경계에서 형태 작업물과 비디오, 설치미술과 같은 다양한 미디어를 선보이고 있다. 어떻게 유럽에서 한국에, 런던에서 부산까지 오게되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soojingkang soojingkang
Between the Lines, 2019
6 wooden tables, linen, cotton, silk, steel wire

인터뷰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뵙는 한국의 관람객분들에게 짧은 소개와 주로 진행하시는 작업의 주제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영국과 독일에서 거주하며 유럽을 중심으로 전시와 작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에서 저는 주로 개인적인 자서전적 이야기와 인간의 감정에 의존한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직물을 짜고, 섬유적인 기법을 사용하면서, 기법의 특성이 주는 반복적인 움직임과 리듬을 통해, 감정과 사물의 연속성와 일관성을 제 작품속에 투영 하고자 합니다. 인도와 멕시코등 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자연 재료와 실크, 면 등의 섬유들을 소재로 쓰고 있습니다.

사실 국내에서도 텍스타일 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계시는데 첫 개인전을 ‘무브먼트랩’, ‘잭슨카멜레온’과 함께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 전시회를 기획하기에 앞서 무브먼트랩에서 진행하고자 하는 프로젝트 콘셉트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었고, 다시 잭슨카멜레온과 이 콘셉트를 두고 전시회를 통해 어떻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몇 개월 동안 함께 해온 시간이 있었습니다. 마침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점에 대해서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 고민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꺠닫았고, 전시회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또 이런 아름다운 공간과 다른 훌륭한 브랜드들과 함께하는 오프닝을 제 개인 전시회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로서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었기에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뜻 깊습니다. 무브먼트랩에서 진행하는 개인전 Between the Lines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6개의 큰 테이블을 천장에 매달기 위해 수천 개의 실크실을 수작업으로 연결했습니다. 테이블 상판에 꿰매져 연결된 각각의 실은 완벽한 수직 정렬을 이루고, 호버링 형태에서 좁은 통로를 형성하고 있는데, 이 좁은 통로의 공간, 움직이지 않고, 정지된 애니메이션 형태로, 날아감과 떨어짐 그 경계점에 있는 이 통로를 통해 관객의 시야 주변으로 진동을 유도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깨끗한 이 실의 라인과 완벽한 구조물이 자연소재의 불완전성과 교차하는 세상을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관객은 우리가 어쩌면 잃어버린 것, 혹은 찾을 수 있는 무언가에 대한 암시적 기능과 함께 공간의 부재에 직면하게 되고, 소재의 겸손한 물질적 아름다움의 특성에 이끌리게 되는 것을 바랬습니다. 이 설치작업은 작품의 결과물보다는, 그 결과물이 가진 작업 과정 전반에 포함된 기록적 방향에 그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soojingkang
Between the Lines, 2019
6 wooden tables, linen, cotton, silk, steel wire
soojingkang
Untitled (Chair), 2019
80cm x 92cm x 120cm
6 wooden chairs, linen, cotton, silk
soojingkang

이번 시즌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주세요.

작품 전시 활동하면서, 처음으로 국내에서 전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잭슨 카멜레온과 협력하여 제가 시각화하고자 하는 섬세한 디테일과 미술적인 표현을 국내의 숙련된 공예가분들의 기술적인 도움을 받아 한 달 동안 진행하였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낯선 작업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작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예술적으로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에는 가구들의 재료나 디테일과 같은 완성, 분해된 퍼니처를 이용한 작업물이 많이 등장합니다. 텍스타일과 퍼니처를 이용한 작업만이 주는 또 다른 메시지가 있을까요?

특정한 메시지를 남기려고 작업을 시작하진 않습니다. 제가 흥미를 느끼고 있는 그때의 주제들을 현대적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가구와 분해된 재료들은, 제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잠시 일했을 때,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게 되어, 소재로 종종 사용하곤 했었습니다. 아마도 모든 사물과 가구들은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쓰인 소재이고, 텍스타일은 저에겐 없어서는 안 될 우리가 사는 공간, 흙, 공기 같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 소재로 만든 작업물은 종종 우리가 우리의 삶으로부터 오고 있는 것인지, 혹은 가고 있는 것인지 대한 고민을 많이 하던 시기 였던것 같습니다.

soojingkang
Untitled (Chair), 2019
80cm x 92cm x 120cm
6 wooden chairs, linen, cotton, silk
soojingkang
Untitled, 2018
140cm x 215cm
Wild silk, cotton, linen and wood
soojingkang
Between the Lines, 2019
6 wooden tables, linen, cotton, silk, steel wire
soojingkang

지속적으로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점에 대해서 고민하고 계신다고 하셨어요. 앞으로 어떠한 작업들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다시 자서전적인 이야기로 돌아가서 작업하고 싶습니다. 작년 여름, 이탈리아에 있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에서 6주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시간 동안 오일 페인팅에 집중하며, 정말 오랜만에 페인팅 작업만 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출산으로 시작한 2020년부터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두 아이의 엄마로 살게 되었습니다. 이 낯선 경험들을 페인팅과 섬유 조각물이 혼합된 좀 더 복잡한 미디어와 새로운 경험의 자선적인 주제를 추상적인 설치미술 작업을 통해 시각화하고 싶습니다. 올해 독일과 영국에서 열리게 되는 두 개인전시에서 이 작업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무브먼트랩의 이번 시즌 Humble Beauty 콘셉트와 공간, 함께한 브랜드들에 대해 느끼신 점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해주세요.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예술이 더는 어느 계층의 특권이 아닌, 우리의 일상생활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는 이 시점에, 저에게 무브먼트랩에서의 전시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함께한 브랜드들과 디자이너분들이 지닌 철학과 미학적 접근방식에 많은 연감을 받았습니다. 하나의 의미를 찾아서 상징적인 것을 창작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실용적인 Everyday Object인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힘들고도 아름다운 도전이기에 가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하고싶으셨던 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이 전시에 와주시는 모든 관람객 분들과 전시를 진행할 수 있게 테이블과 의자를 디자인하고 제공해준 잭슨 카멜레온, 그리고 무브먼트랩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프리다밀랍초

자연소재의 불완전성과 교차하는 세상을 공간 안에서 그려내고자 했다는 강수진 작가. 복잡하고도 숙련되게 만들어진 이 설치작업은 관객의 개인적인 유형적 방향 뿐만 아니라 그 작업 과정 전반에 포함된 기록적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강수진 작가의 첫 국내 전시는 2020년 06월 07일까지 무브먼트랩 부산 플래그쉽 스토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첨부파일 soojingkang-interview-1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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